[임업 성공기! 기획 1-②] '헤이즐넛' 깨물면 건강이 '뚝딱'
[임업 성공기! 기획 1-②] '헤이즐넛' 깨물면 건강이 '뚝딱'
  • 전빛이라 기자
  • 승인 2020.02.10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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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작업 가장 어려워"
미처 줍지 못한 헤이즐넛 열매 하나가 헤이즐넛 밭 아래 떨어져 있다.
미처 줍지 못한 헤이즐넛 열매 하나가 헤이즐넛 나무 아래 떨어져 있다.

 

비밀스러운 헤이즐넛 열매
선별작업 가장 어려워

청나라 문헌 길림외기(吉林外記)에 보면 개암 열매 열 개 가운데 아홉 개는 속이 빈 쭉정이라는 속담이 있다. 열매는 많이 열리지만, 실제 결실로 이어지는 수는 매우 적다는 뜻이다. 그래서 실제 열매가 들었는지 여부가 헤이즐넛 선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홍 대표는 첫 수확 후 선별작업을 하며 어지간히도 속 썩었다. 단단한 껍데기 속에 알맹이가 들어있는지 아닌지 육안으로는 알아볼 수 있기는커녕 하나하나 들어보고 흔들어봐도 도저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에 담가봐도 분간이 가지 않았고, 저울에 올려봐도 모두 똑같이 1g이었다. 헤이즐넛은 그야말로 깨봐야만 아는, 여간 비밀스러운 열매가 아니었다. 헤이즐넛 재배 7년 차. 홍 대표는 이제 감으로 열매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선별에 어떤 기술도, 기계도 필요치 않다. 오직 사람의 ‘감’이 가장 정확한 선별 도구인 셈이다.

홍 대표가 헤이즐넛 재배를 시작한 임업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재배 기술도, 판로도 아닌 바로 선별 방법이다. 오직 경험만이 최고의 선별 기술이기에, 홍 대표는 이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하다고.

“열매가 많이 열려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게 이 헤이즐넛이에요. 지난여름 무척 더웠잖아요. 그래도 열매가 많이 열렸어요. 그런데 막상 깨보니 알맹이가 들어있는 게 거의 없더라고요. 참, 허무하기도 하고. 열매 줍는 인건비가 더 많이 들었어요.”

지난해 속이 빈 열매가 너무 많아 지역 로컬푸드 매장에서 130g 9900원에 판매하던 헤이즐넛을 150g으로 늘려 판매했다. 이젠 눈 감고도 선별이 가능한 홍 대표지만 이렇게까지 열매가 없을 수 있나 믿을 수가 없어 100번은 더 들었다 놨다 했다.

그뿐인가. 나무 하나에 열리는 열매 수가 많다 보니 그걸 줍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다. 수확기가 되면 새벽같이 일어나 아니, 청설모보다 더 빨리 일어나 헤이즐넛 열매를 주워야 한다.

귀한 것은 그만큼 쉽게 얻기 어려운 법. 단단한 껍데기 속에 감춰진 연갈색의 기름진 헤이즐넛을 얻는 일은 도깨비의 금은보화를 얻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 아니다.

 

홍 대표가 생산한 헤이즐넛 열매는 지역 농협 로컬푸드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홍 대표가 생산한 헤이즐넛 열매는 지역 농협 로컬푸드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뛰어난 번식력이 오히려 ‘독’
전지 시기 놓치면 열매 얻기 어려워

현재 헤이즐넛 나무가 심겨 있는 9,917㎡(약 3,000평) 규모의 밭은 남편이 퇴직하면 소일거리로 함께 농사나 짓자 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땅이다. 그리고 시작한 밭작물 재배가 무척 힘들어 유실수를 키워보자 마음먹고 찾은 나무가 바로 헤이즐넛이었다. 주변에서는 헤이즐넛 나무가 유망주이기도 하지만 키우기도 쉽다고 했다. 1년생과 3년생 묘목을 섞어 심었다. 조금만 있으면 많은 헤이즐넛을 수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없었다. 헤이즐넛 나무는 워낙 번식력이 뛰어나 전지 시기를 놓치면 숲처럼 우거져 열매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때가 되면 땅 아래 뿌리에서 어린나무들이 마치 잡초처럼 자라났기에, 나무가 햇빛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은 홍 대표에겐 일종의 사명과도 같았다. 헤이즐넛 나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어린나무를 잘라 1년 이상 키운 후 판매하기도 한다.

 

규모 늘리기는 ‘시기상조’
아직은 현상유지가 목표

홍 대표는 헤이즐넛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도 농장 규모를 늘리는 건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한다. 규모를 더 키운다 해도 헤이즐넛은 인건비 대비 수익이 나지 않는 작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량이 워낙 많아 국내산 헤이즐넛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금은 수확만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대로 유지하는 게 꿈이라면 꿈이에요. 홍보가 많이 돼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찾으면 모를까, 헤이즐넛은 내가 선택한 나무고 나에게 너무 잘 맞는 나무에요. 힘들어도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전 헤이즐넛의 진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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