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스토리]산에는 친구가 있다
[포레스트 스토리]산에는 친구가 있다
  • 유혜선 대표
  • 승인 2020.03.16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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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선 힐링플레이 대표

본지는 주식회사 힐링플레이(대표 유혜선)와 함께 전문가 에세이 연재에 들어간다. 힐링플레이는 숲해설과 유아숲교육, 산림치유 등 산림전문가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에게 숲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체험해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story9.

납매
납매

친구가 있다.

이상훈.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개수리. 산골이 고향이다.

2월 11일, 이맘때면 꼭 피어주는 납매가 눈물 나게 고맙다며 꽃을 보러 소전리로 혼자 달려갔단다. 납매를 만나 한참을 들여다보았을 거다. 그리고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내준다.

봄소식을 전해주는 상훈이의 사진에 모든 친구들이 환하게 댓글 릴레이를 이어간다.

“부럽다 부러워” 가장 큰 마음이다. 상훈이 사진이 자꾸 나를 불러낸다. 어디로 가도 되나?

코로나가 잠시 지나가려니 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주말 경부고속도로는 한산했고, 휴게소는 개점휴업상태였다.

집에 사내아이 둘이 있다. 코로나 방학에, 학교도 학원도 모두 멈추었지만 아이들의 에너지만은 멈추지 않았다.

사촌지간인 4학년 두 남자아이는 한가한 휴게소에서 어쩌다가 온 손님에게 추천 소스를 묻고 공손하게 건네주는 닭꼬치 사장님의 손놀림에 감격을 한다.

“저 아저씨 너무너무 친절하다고, 그리고 맛도 좋다”며 칭찬이 마르지 않는다.

봄도 궁금하고 두 녀석 에너지도 뿜어낼 겸 뒷산으로 갔다가 깜짝 놀랐다. 코로나를 피해 국립수목원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는 뉴스는 우리 동네 뒷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이 제법 있었다. 끊임없이 차가 올라오고,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산책하는 모습이다. 10년 정도 올라갔던 동네 뒷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건 처음 봤다.

아이들이 개울가에서 놀고 있는 모습.
아이들이 개울가에서 놀고 있는 모습.

아이들은 이리저리 오르고 내리고 뛰어다니고 구르고, 흐르는 물에 세수도 한다. 아직은 찬바람이 남아있는 산기슭인데, 아이들의 몸에서는 샘물처럼 땀이 퐁퐁 나온다.

바라보는 내 마음까지 개운해진다. 상훈이는 꽃을 보며 봄을 고마워했지만, 나는 개구리 알을 보고, 도롱뇽 알을 보고 너무너무 고마워했다.

여기저기 덩어리, 덩어리 투명한 점액질에 아주 작은 깜장 알. 한 마리, 한 마리가 탈 없이 다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코로나 덕분인가? 사람의 간섭이 매우 적은 봄날이다.

개구리도, 도롱뇽도 아주 작은 야생화도 자기들끼리 오붓이 봄을 맞는 그런 한 해가 되고 있다.

숲도 건강하게, 사람도 건강하게, 어서어서 봄의 일상이 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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