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스토리]영래와 나무(6)
[포레스트 스토리]영래와 나무(6)
  • 유진선 실장
  • 승인 2020.01.30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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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선 힐링플레이 실장

본지는 주식회사 힐링플레이(대표 유혜선)와 함께 전문가 에세이 연재에 들어간다. 힐링플레이는 숲해설과 유아숲교육, 산림치유 등 산림전문가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에게 숲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체험해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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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겨울나무

겨울 어느 날 멀리서 은행나무를 보니 하나의 나무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목련나무와 은행나무는 색이 다르다. 작지만 목련나무는 나뭇가지나 둥치의 색이 검은 빛이 강하다.

이제 겨울이 왔음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바람이 불어도 소리가 없는 걸 보니 나무는 이제 깊은 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여름의 생명력도, 귀가 따갑도록 노래를 불러대던 매미의 노래도, 겨울눈 속에 꼭꼭 담아두고 봄을 기다릴 것이다.

겨울의 목련나무는 임신한 어머니 같다. 좋은 꿈을 꾸면서 함께 봄을 기다리게 만든다.

몸통에 상처가 난 나무
몸통에 상처가 난 나무

영래의 유치원에서 나무 몸통만 사진을 찍어보았다. 좀 더 자세히 관찰해보니 누군가 칼로 파 놓은 흉터도 보이고, 몸통 이쪽저쪽이 울퉁불퉁하다. 아마도 뻗어나가는 큰 가지를 자른 게 아닌가 싶다.

나무는 살아가는 것조차도 마음대로 안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더군다나 유치원의 나무는 장소에 맞게 가지치기도 더 자주 있겠지 생각이 든다.

사람도 그렇다. 회사에서는 그 위치에 맞게끔 나를 가지치기 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꿈을 가지고 뻗어나가려는 많은 움직임들이 자의든 타의에 의해 잘려나간다.

그것이 좋은 삶일까? 나무의 상처가 나의 상처인 듯 좀 쓰리다.

영래와 함께 한 학기 동안 목련나무를 관찰했다. 한 여름에 정말 멋진 나뭇잎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진으로 남기지 않아 아쉽다.

나무를 보면 사람의 인생과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시련을 감당해야 하며 주변 나무와 힘의 역학관계에서 살아나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

매년 같은 고민을 하고 성장을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따라 좌절되는 것도 그렇다. 나무를 자세히 보면 저절로 인생 공부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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