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표고버섯
사람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표고버섯
  • 전빛이라
  • 승인 2019.02.1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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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금파농장 이계흥, 임정경 대표

 

버섯은 하늘이 짓는 농사가 아니다. 사람이 짓는 농사다. 모든 것이 갖춰진 시설에서 재배하는 만큼 사람이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이느냐에 따라 버섯의 품질이 달라진다. 하우스마다 바람이 들어오는 정도, 습도, 온도 모든 조건이 다 다르기에 그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수시로 자라나는 버섯은 따는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아침에도 따고, 점심에도 따고, 저녁 먹고 나가서 밤 12시까지 따도 새벽에 잠이 안 오면 또 나가서 버섯을 딴다.

경기도 파주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금파농장 이계흥, 임정경 부부의 하루는 표고버섯으로 시작해 표고버섯으로 끝난다. 아니, 그 끝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서울 근교 귀농, 신중해야

귀농인 위한 지원 거의 없어…

 

귀농을 결심한 부부에게 모두가 듣기 좋은 말만 했다. 이렇게, 저렇게 키우면 금방 성공할 수 있다고. 버섯은 특히나 손이 가지 않아 키우기도 쉽다고 했다. 자영업을 하며 사람에게 치이고 적잖이 상처받았던 부부에게 표고 농사는 장밋빛 미래처럼 그려졌다.

그렇게 시작한 표고 재배. 부부의 고향인 경기도 파주로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자신이 직접 재배하며 부부에게 표고 재배를 권유한 지인의 말만 철썩 같이 믿었다. 그러나 지인의 농장에서 표고 따는 방법까지만 배우고 그 농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인 재배 방법을 배우기로 한 무렵, 지인은 돌연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곧 경쟁상대가 될 것이란 불안감에서 그랬을 것이라고 부부는 추측할 뿐이다.

 

“주위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다 믿진 않았고요. 반만 믿었어요. 아 이 정도 하면 반은 수익이 나겠지 생각했는데, 너무 아는 것 하나 없이 정착을 하게 되니 반은커녕, 정말 막막했어요. 막상 10년 넘게 농장을 끌고 와보니 농사라는 게 혼자 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협력해야 더 커질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이 일이에요.”

이미 표고 하우스를 만든 부부는 더 이상 오갈 데가 없었다. 특히 버섯은 한 번 시설을 만들어 놓으면 다른 작목을 재배할 수 없다. 습도가 중요한 만큼 피복부터 스프링클러 등 모두 버섯 재배에 맞게 설계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믿을 곳은 시청과 관내 농업기술센터뿐이었다. 당장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차갑기만 했다. 당시 준농림지역이었던 파주시는 귀농인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전혀 구축해놓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

“주위에서 아무리 괜찮다, 해봐라 해도 열 번이고 더 생각해봐야 하는 게 귀농이에요. 특히 서울 근교에서 하려면요. 이쪽은 대부분 도시로 개발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임업이나 농업에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나마 표고버섯이 임업으로 분류돼 있어 산림조합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시와 연계된 하우스 지원사업에도 참여해 하우스를 늘리기도 했다. 파주시 산림조합의 백종철 과장은 이 대표 부부의 오랜 스승이다. 인연을 맺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컨설팅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도 많은 예비 귀농인들이 금파농장을 찾아오지만 이 대표 부부는 다시 한번 당부하곤 한다. 많은 농장을 다녀보고, 그리고 이곳에서 한 달 이상 일해본 후에 결정하라고 말이다. 이 대표 부부의 조언대로 해본 사람들 가운데 아직까지 표고 재배에 뛰어든 귀농인은 없다는 후문이다.

 

건조하게 키우기…

단단한 표고 생산의 비밀

 

금파농장의 표고는 향이 강하다. 그것도 뒷 향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표고는 입에 베어 문 순간만 향이 나고 마는데 이곳 표고는 목으로 넘기는 순간 그 향이 더 강하게 난다. 특유의 향 때문에 표고를 찾는 소비자들이 금파농장의 표고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이 대표 부부가 생산하는 표고의 향이 강한 이유는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통의 표고 농장들은 버섯의 무게를 더하기 위해 습도를 조절, 물을 머금고 있게 키운다. 그러다 여기서 자라는 표고들은 건조하게 큰다. 습도 조절이 관건인 표고재배에서 버섯을 건조하게 키운다는 건 여간 손이 가는 일이 아니다. 그만큼 부지런해야 한다. 하우스마다 햇빛이 비치는 정도, 바람이 들어오는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모든 재배사를 돌며 온습도를 체크 하고 적정 온습도로 맞춰줘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 부부는 소비자들이 단단한 육질과 향기로운 표고를 오래 즐길 수 있도록 건조하게 키우고 있다.

 

“우리 표고는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한 달 넘게 같은 신선도를 유지해요. 물론 물버섯으로 내면 무게가 많이 나가니 소비자들에게 팔 땐 좋죠. 그래도 저흰 워낙 많은 양을 재배하고 있다 보니 굳이 물버섯을 만들 필요가 없어요. 전문가들인 경매사가 볼 때도 저희 버섯이 좋으니 물버섯보다 몇 백 원이라도 더 받을 수 있고요.”

이 대표 부부는 소비자들에게 항상 당부한다. 색이 진하기만 한 것이 좋은 표고가 아니라고. 표고는 물을 많이 먹을수록 갓 색이 진해진다. 중국산 버섯이 그렇다. 진한 갈색빛을 띄지만 만져보면 솜이 물을 머금고 있듯 누르면 물기가 느껴지며 푹 들어간다. 중국산 표고의 경우 모양만큼은 정말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만큼 멋지다. 그러다 국내산 버섯은 그보다 단단하게 키우기 때문에 보관이 쉽고 육질이 쫀득하다. 반을 가르면 뿌리부터 갓 끝까지 뽀얗다. 표고가 그만큼 신선하다는 걸 의미한다. 오래된 버섯은 반을 가르는 순간부터 갈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모양별 9가지로 분류

경매시장서 높은값 책정

 

버섯은 열이 많은 임산물이다. 수확 후 냉장고에 넣어놔도 성장할 정도다. 그렇기에 이 대표 부부는 표고를 수확한 후 반나절가량 저온저장고에서 열을 식혀준다. 그 후 선별에 들어간다. 금파농장의 선별 작업은 특별하다. 경매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이 대표 부부만의 선별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모양별로 3가지 이상, 크기별로 5가지 이상 모두 10가지 이상으로 분류한다. 모양은 벌어짐 정도, 갓의 갈라짐 정도 등, 크기는 갓 크기, 높이, 너비 등으로 비슷한 모양끼리 모은다. 이 모든 것들이 섞여 있으면 경매장에선 좋은 표고는 기준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낮은 품질의 표고가 기준으로 경매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갓의 크기는 종이컵 입구만큼 자란 표고가 가장 인기가 많고, 높은 가격을 받는다. 크기로만 봤을 때 갓이 덜 벌어질수록 값이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 표고 선별 기준은 주로 갓이 벌어짐이거든요. 다른 나라는 이런 기준이 없는데 우리는 도, 소매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팔아야 하니 최대한 갓이 벌어지지 않은 걸 높은 값으로 쳐주는 거예요.”

 

속박이 ‘NO!’

금파농장 표고 선물용 인기 비결

 

농가들의 일명 ‘속박이’ 행태는 여전히 시장의 골머리로 남아 있다. 상자 아래 저품질의 제품을 넣고 소비자들이 볼 수 있는 윗부분에 고품질을 배치하는 ‘속박이’는 소비자들에게 불신만을 심어줄 뿐이다. 이 대표 부부도 생산자이면서도 소비자이기 때문에 이 같은 행태를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아예 상자 아래 고품질의 버섯을 넣고 윗부분에 보통에서 보통 이상의 버섯을 선별, 배치했다. 그러니 소비자들이 상자를 열었을 때 ‘아 여기 버섯 좋네’라고 했다가 그 아래 담긴 표고를 보고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다. 예상보다 더 좋은 표고가 밑에 있으니 소비자들은 금파농장의 표고는 무조건 다 좋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는 것.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 생산되는 표고는 선물용으로 많이 판매된다. 처음 이곳 표고 선물세트를 받아본 소비자가 건넨 말, ‘장사꾼’이 아닌 ‘농사꾼’이 만든 표고. 이 말이 지금의 금파농장을 만든 셈이다.

 

“표고의 모든 것 알고 싶어”

 

귀농 첫 해부터 여러 해를 돈만 쫓아다녔다. 소비자들이 크기가 큰 버섯을 좋아하니 무조건 크게 키웠고, 잘 팔리는 표고만을 만들었다. 그러나 표고 재배만 10년, 이제 표고의 생태를 제법 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되자 표고의 모든 것이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참나무 재배를 시작했다. 최근 들어 배지 재배 표고도 참나무 표고만큼 맛과 향이 좋아져서 가격 차이는 없어졌지만 이 대표 부부는 참나무 표고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금 시장에서 배지랑 참나무 재배 표고 가격이 똑같아요. 오히려 A급 참나무가 아니면 배지보다 못한 가격이 나오기도 해요. 그사이 기술이 발달했고, 농가들은 저마다 노하우가 생긴거죠. 이제 금파농장이 또 다른 길을 개척해야 할 때가 온거죠.”

이 대표 부부는 올해 농협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강하고, 여주 산림조합 버섯연구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며 표고 더 알아가기에 여념이 없다. 부부의 목표는 자가소비다. 배지 생산부터 유통까지, 표고의 1부터 10까지 모두 부부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그 날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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