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가가 잘사는 평등 사회 꿈꾸는 심마니
임가가 잘사는 평등 사회 꿈꾸는 심마니
  • 전빛이라
  • 승인 2019.02.19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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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영 한국산양삼협회 부회장

 

 

[숲플러스=전빛이라 기자] 산에만 오르면 삼이 보였다. 어느 산을 가도 마찬가지였다. 운전 중 화장실이 급해 길가의 야트막한 산을 올랐을 때도 삼이 자연스럽게 눈에 띄었다. 어느 날부터는 일부러 삼을 찾으러 다니고, 더덕을 찾으러 다녔다. 심마니동호회, 약초동호회 활동도 활발히 했다. 그러던 중 경기도 청평의 어느 산에서 더덕이 씨가 말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산삼 역시 그 수가 확연히 줄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당시 심마니들 사이에선 15년짜리 어린 삼은 캐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그런데 어린 삼마저 모두 사라졌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보기엔 이것도 삼이고, 저것도 삼이었을 테다. 아차 싶었다. 그래서 삼을 심기로 결심했다. 삼을 찾는 사람들이 계속 삼을 캘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사단법인 한국산양삼협회 정삼영 부회장이 산양삼을 재배하게 된 이유다.


오염되지 않은 땅 찾아 오지로…
댐 물안개와 산그늘, 산양삼 재배 ‘제격’

굽이굽이 산길을 한참 달려야 도착하는 이곳,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의 산삼 마을. 소양강댐이 생기면서부터 배를 타야만 들어올 수 있었던 이곳에 마을로 이어지는 육로가 생긴 건 20여 년이 채 안 된다. 인터넷망이 설치된 것은 불과 7년 전 일이다. 정 부회장은 이곳에 육로가 생길 무렵인 2000년에 들어와 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댐이 있어 주변에 공장이 전혀 없는 데다 산세가 가팔라 이곳만큼은 땅도, 공기도 깨끗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사실 이곳에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정 부회장의 어머니. 평소 운동을 즐기셨던 어머니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곳에 매력을 느끼고 함께 운동하던 사람들과 오지마을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워낙 깊은 산속이다 보니 함께 왔던 이들 모두 떠나고 어머니만 남았다는 것. 이후 정 부회장이 삼을 심기 위해 춘천을 찾았고 사람의 발길이 뜸하던 오지는 관광객이 찾아오는 산삼 마을로 탈바꿈하게 된다.

“궁금했어요. 왜 사람들이 산에 가면 아픈 곳이 나아서 올까, 산이 뭐길래. 산에 대체 뭐가 있길래. 원인을 찾아 연구했죠. 그랬더니 답은 약초였어요. 바로 맑은 공기와 물, 그리고 산삼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산속으로 들어왔고 이곳에 삼을 심기 시작했어요.”

이곳은 마을 앞에 생긴 소양강댐에서 발생하는 물안개로 인해 습도가 높았고 공기는 맑았다. 적정한 습도와 그늘진 산속. 삼을 재배하기 이만한 장소가 또 있을까. 정 부회장은 우리 삼의 정통성을 지키고, 또 그 효능을 널리 알리고자 춘천의 깊은 골짜기에 자신만의 둥지를 만들었다.
 


효과 확실한 삼… 그 효능에 ‘자부심’
산양삼, 효능은 ‘Up’ 가격은 ‘Down’

1693년에 쓰인 동의보감에는 산삼을 두고 ‘오장육부를 보호하고 눈을 밝혀준다. 정신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기가 약한 사람을 치료해준다’고 말한다. 지금의 산삼도 같은 효능일까. 정답은 ‘아니오’다. 일단 공기와 땅이 달라졌다. 토질이 변하고, 오염물질이 유입됐다. 산삼이 자라는 환경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산삼뿐 아니라 대부분의 임·농산물이 그렇다. 과거와 똑같은 영양성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 부회장은 삼을 재배하기 위해 강원도 깊은 산골을 찾았다. 과거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던 그 산삼의 효능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산삼이 산에서 저절로 나는 인삼을 말한다면, 산양삼은 산삼의 씨를 산속에 뿌리거나 이식해 재배, 생산한 임산물을 말한다. 자라는 환경이 산삼과 동일해 효능 역시 산삼에 버금간다. 그러나 자연산이 아니기에 가격은 산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삼은 분명 사람에게 뛰어난 효능을 나타내요. 그런데 비싸서 못 먹는다면 그만큼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산양삼을 재배하게 됐어요. 그리고 이걸 먹고 효과를 못 봤다고 하면 다 반품을 받아줬어요. 그만큼 저는 여기서 재배하는 산양삼에 자부심이 있어요.”

 

산양삼 가공품 프랜차이즈 준비 박차

현재 한국산양삼협회 회장직은 공석이다. 그래서 지금은 정 부회장이 실질적인 운영을 맡아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오랜 단골들이 있어 생산에서 손을 뗄 수도 없는데 협회 소속 임가들을 위한 획기적 판로, 산양삼 가공품 프랜차이즈 만드는 일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튼튼하던 치아는 스트레스로 모두 흔들리고 있지만, 산양삼 가공업체들의 밀려드는 문의에 잠시 쉬어갈 틈조차 없다. 제조·판매를 원하는 그 업종도 다양하다.

건조 산양삼을 이용해 공진단을 만드는 한의업부터 주류, 화장품, 유산균 등 식품업까지 산양삼을 활용한 제품은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찾는 사람도 많다. 산양삼 프랜차이즈 ‘산앤들’이 지금, 매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랜차이즈는 일반 산양삼 농가들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잖아요. 모든 임가가 공평하고 평등한 혜택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는 제가 가진 노하우를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려고 합니다. 산양삼과 관련된 영상도 제작 중인데 업체별로 모두 공유하고 있죠.”

요즘은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 기업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 카테고리 킬러란 상품별로 특화된 소매점을 뜻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 가구 전문 회사인 ‘이케아’,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장 ‘스포츠 오소리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욕구가 다양해진 소비자들이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생겨나는 변화다. 같은 상품이라도 다양한 상품 라인업과 가격대를 장착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산양삼의 카테고리 킬러를 생각 중이다.

“특히 가공품 종류가 다양해야 소비자들이 쉽고 편하게 삼을 맛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산양삼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고민하고 출시하는 이유죠. 소비에서 산양삼 유통을 원활하게 해주면 임가들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죠. 믿을 수 있는 산양삼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 구조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죠.”

 

토양부터 검사받는 산양삼
친환경직불금 대상 돼야

산양삼은 「임업 및 산촌 진흥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가에서 관리하는 특별관리임산물이다. 특별관리임산물로 분류되면 토양부터 종자, 종묘 그리고 재배, 유통까지 모든 생산과정을 전부 기록하고 전문기관으로부터 품질을 확인받아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이렇게 까다로운 생산과정을 거침에도 불구하고 현재 산양삼은 친환경농업직불금 대상이 아니다. 친환경농업직불금은 친환경농업 확산 및 농업의 환경보전 기능 등 공익적 기능 제고를 위해 친환경농축산물을 생산하는 농민에게 초기 소득 감소분과 생산비 차이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산양삼은 논과 밭에서 생산되는 작물이 아니기에 아무리 까다로운 생산과정을 거친다 해도 그 대상 작물로 지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 부회장은 이같은 정책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친환경직불금에 가장 적합한 품목이 산양삼인데 안타깝죠. 본래 직불금은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전장치인데 논과 밭에서 재배되지 않는다고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건 잘못된 설계죠. 임가들도 친환경직불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 부회장은 이 외에도 임가들이 정책적으로 소외당하지 않도록 전국을 돌아다니며 컨설팅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부의 산림 지원 정책이나 산림규제 등은 그의 전문 분야다. 꼼꼼한 성격 탓에 각종 정부 시책을 꿰고 있어 정보에 취약한 임가들은 항상 그를 찾는다.

“모든 임가들이 평등하게 잘 사는 사회, 제가 조금이라도 일조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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