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스토리]영래와 나무(3)
[포레스트 스토리]영래와 나무(3)
  • 유진선 실장
  • 승인 2020.01.13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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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선 힐링플레이 실장

본지는 주식회사 힐링플레이(대표 유혜선)와 함께 전문가 에세이 연재에 들어간다. 힐링플레이는 숲해설과 유아숲교육, 산림치유 등 산림전문가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에게 숲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체험해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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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래가 목련나무 열매 냄새를 맡고 있다.
영래가 목련나무 열매 냄새를 맡고 있다.

나무를 좋아하는 우리 영래 때문에 매일 유치원에서 만나는 목련나무. 목련나무 열매가 바닥에 수두룩하게 떨어져 있다.

손가락 같기도 하고 아스파라거스 같기도 해서 영래와 한참을 가지고 노는데 아이가 냄새를 맡는다.

콧수염 할아버지 같다고 하니 깔깔 웃는다. 목련나무에게 다가가 아저씨라고 하며 꼬옥 끌어안고 뽀뽀하니 나무 둥치에서 껍질이 묻어나 영래의 코 밑에 묻어서 정말 콧수염이 되었다.

나의 나무 관찰하기 숙제가 있으려고 그랬을까? 이때부터 나는 목련나무가 좋았다. 옛날 산꼭대기 우리 집에도 목련나무가 있었다. 하얀 꽃을 가득피우며 날 반겨주던.

목련나무에게 가자니 싫다고 도망가는 영래를 꼬실 수 있었던 것은 민들레였다.

냄새만 맡기로 했는데 어느새 꽃송이를 똑 따서 들이마실 듯 향기를 음미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민들레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덕분에 나무 아래를 둘러보게 되었다.

잔디가 생각보다 부드럽다. 한 여름 떨어진 목련나무 열매가 까만 숯덩이처럼 여기저기 널려있다. 가끔 이렇게 낮게 향기로운 꽃이 피니, 목련나무가 외롭지는 않은 것 같다.

나무둥치를 타고 오르는 개미도 보인다. 다른 나무에는 거미가 많던데 목련나무에서는 아직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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