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스토리]영래와 나무(2)
[포레스트 스토리]영래와 나무(2)
  • 유진선 실장
  • 승인 2019.12.3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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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선 힐링플레이 실장

본지는 주식회사 힐링플레이(대표 유혜선)와 함께 전문가 에세이 연재에 들어간다. 힐링플레이는 숲해설과 유아숲교육, 산림치유 등 산림전문가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에게 숲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체험해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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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아이를 관찰하면서 산림치유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책에서는 산림이 인간을 치유하기 위한 도구로 정의되고 있지만, 나는 인간이 자연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전달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나란히 치유되는 상호작용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이 주는 풍부한 혜택을 누리도록 허락받음으로써 우리의 존재를 보다 정확히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산림치유라는 것이 인간중심이 아니라 자연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자연을 치유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아닐까?

영래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치유’하기 위해 나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호기심의 연장선에서 다양한 부산물을 제공해주는 나무에 대한 신기함, 나무를 안았을 때의 포근함과 안정감, 자신보다 월등히 큰 존재에 존경심, 그러한 대상이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상관없이 항상 그 자리에서 자신을 기다려주고 있다는 믿음.

그로 인해 나무에 더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었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매일매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오늘도 영래의 유치원에는 나무들이 바쁘다.

저마다 영래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가을화장이 한창이다. 보지 못해서 전혀 느낄 수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을의 아취는 시각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때로는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보다 그 여성의 체취가 더 매력적인 것처럼, 유치원의 나무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이용해서 열심히 화장을 하고 있다.

유치원의 놀이터는 아이들로 붐비지만 영래만이 홀로 나무들에 둘러싸여 사랑을 받고 있다.

산길을 좋아하는 영래(사진 가운데).
산길을 좋아하는 영래(사진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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