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스토리]영래와 나무(1)
[포레스트 스토리]영래와 나무(1)
  • 유진선 실장
  • 승인 2019.12.3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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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선 힐링플레이 실장

본지는 주식회사 힐링플레이(대표 유혜선)와 함께 전문가 에세이 연재에 들어간다. 힐링플레이는 숲해설과 유아숲교육, 산림치유 등 산림전문가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에게 숲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체험해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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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래가 다니는 이월유치원의 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행복한 것 같다. 매일매일 찾아와 말을 걸어주고 안아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작은 인간이 있다는 것. 그 인간의 눈이 멀어 손과 몸으로 대화하는데 익숙하다는 것은 나무에겐 또 다른 경험일 것이다.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나무, 풀, 꽃과 놀기를 좋아하는 영래에게는 놀이터의 그네, 시소보다도 더 없이 좋은 친구가 바로 나무이다. 여기저기 더듬어도 말이 없고 매달리기 좋은데다가 올라탈 수 있으며 나뭇가지를 꺾거나 표피를 뜯어도 말이 없다. 또 계절별로 다양한 장난감(?)을 안겨주니 이보다 더 좋은 친구가 어디 있겠는가.

유치원 초입부터 배롱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두 그루, 목련나무, 은행나무가 심겨져 있고 듬성듬성 이팝나무와 공조팝나무가 자리 잡고 있으며 빼빼마른 개복숭아나무와 영산홍, 라일락이 무리지어 유치원의 정원을 이루고 있다.

늦여름부터 배롱나무 열매를 따서 축구공이라고 발로 뻥 차는 모습, 단풍나무 씨앗이 벌레라며 날개를 뜯어서 휙 던져버리는 호기로운 모습이나 제법 수령이 오래된 느티나무와 은행나무에는 아줌마, 할아버지라는 공손한 칭호를 부여하고는 애교를 부리며 살갑게 구는 모습이 마냥 귀엽다.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사이에는 제법 넓은 공간이 있는데 그곳은 토끼풀이 밭을 이루고 있다. 푹신푹신한 느낌 속에서 꽃의 향기를 찾아내고 분별해내는 것을 보고 나도 따라 눈을 감아보니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겠고 푹신푹신한 발끝이 마냥 불안하다.

한데 영래는 이미 잘 알고 있는 공간을 거닐 듯 거침이 없다. 토끼풀 꽃으로 반지를 만들어 끼워주니 깡충깡충 토끼처럼 뛰며 좋아한다. 나와 결혼해주겠냐는 물음에 “네! 좋아요”를 외치는 우리 딸. 내 스스로 친구를 창조했지만, 나와 달리 참 독특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영래(사진 가운데)가 숲길을 걷고 있다.
영래(사진 가운데)가 숲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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