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forest) 스토리]누군가의 놀이터, 뒷산
[포레스트(forest) 스토리]누군가의 놀이터, 뒷산
  • 유혜선 대표
  • 승인 2019.12.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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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선 힐링플레이 대표

본지는 주식회사 힐링플레이(대표 유혜선)와 함께 전문가 에세이 연재에 들어간다. 힐링플레이는 숲해설과 유아숲교육, 산림치유 등 산림전문가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에게 숲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체험해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story1.

뒷산에 놀러갈 때 비닐봉투 하나를 들고 갔다. 다른 곳은 그렇다 치고 계곡에 버려진 쓰레기는 치우고 싶었다. 물이 아무리 깨끗해 보여도 우리가 남긴 쓰레기는 귀신같이 존재를 빛내곤 한다. 아무리 흙 때가 묻어도 인공의 색깔은 변함이 없는지 늘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드문드문 있어서 금새 다 치울 것 같아도, 어느새 비닐봉투만 채우고는 삐죽삐죽 쓰레기는 널려있다. 쓰레기를 버릴 때는 대충 씻어본다. 꿈틀꿈틀 누군가가 화들짝 나오기 때문에 봉지에 그냥 넣기에는 미안하다.

물속에는 꽤나 많은 녀석들이 살고 있다. 제일 반가운 개구리가 있다. 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옴개구리, 무당개구리, 운 좋으면 한국산개구리도 만난다. 물론, 산개구리랑 계곡산개구리를 한 번에 구별할 만큼 실력은 안 되어도 도감에서 본 느낌으로 대충 얘는 산개구리야, 얘는 계곡산개구리야 하면서 아들에게 얘기하면 나는 꽤나 괜찮은 엄마가 된다.

아이들이 무당개구리보고 신기해 하는 모습.
아이들이 무당개구리보고 신기해 하는 모습.

엄마 이거는 뭐야? 라고 보여주는 아들에게 그건 잘 모르겠다 하루살이 유충인가 하면 숲해설가가 그것도 모르냐고 대번에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루살이 유충도 살고, 날도래 유충도 살고, 잠자리 유충도 살고, 각다귀 유충도 살고... 제법 어린 시절을 물에서 보내는 곤충들이 쉽게 보인다.

이른 봄에는 연가시 잡기가 매우 흥미롭다. 영화덕분에 찬밥신세가 된 연가시. 난 연가시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서 때론 우쭐거리며 손위에 올려놓기도 한다. 직접은 못 해봤지만 아는 분이 어려서 연가시로 낚시도 했다고 들었다. 연가시 몸을 쭉 훑어서 속을 비우면 연가시는 죽는다. 그런 연가시 끝에 아마 지렁이를 묶었던 것 같다.

시범을 해주셨는데 지렁이는 못 구해서 말씀으로만 하셨지 싶다. 여하튼, 그렇게 연가시 낚시대가 준비가 되면 버들치 많은 곳에 연가시를 띄워 낚시를 했다고 했다. 아 그렇게 놀기도 하셨구나. 감탄을 해드리면 버들치를 잔뜩 잡아가면 어머니께서 매운탕을 끓여주셨다고 그렇게 한 끼를 온가족이 즐길 수 있었다는 따뜻한 무용담에 부러워하기도 했다.

나보다 15살 정도 많은 분의 어린 시절은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해서 그렇게 자연에서 음식을 먹는 법에 대한 경험이 다양하셨다. 지금은 연가시도 안 잡고 버들치도 안 잡으신단다. 쉽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도 많아졌지만, 무엇보다 아주 맑은 물, 연가시, 버들치가 그렇게 쉽게 근거리에서 만날 수 없을 만큼 주변은 건물, 아스팔트, 시멘트 투성이라 그렇기 때문 일거다.

내가 노는 뒷산은 아직도 맑다. 버들치도 보이고, 연가시도 엉켜있고, 도롱뇽, 개구리 등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생명들이 편하게 지내고 있다. 좀 더 큰 비닐봉투를 가지고 뒷산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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